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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라는 세계

이런 장면을 만나려고 쌍안경을 샀다.
최근에 회사 팀원으로부터 우연히 탐조의 세상을 알게 되었다.
내 성향에 딱인 취미였다.
팀원이 쌍안경을 빌려줘서 아파트 단지와 뒷산을 다니며 새를 찾아봤다.
쌍안경으로 보는 세상이 이럴 줄이야.
감성이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맨눈으로는 그냥 ‘새 한 마리’였던 것이, 쌍안경 안에서는 깃털의 결과 작은 움직임까지 보이는 하나의 개체가 된다.
그때부터 쌍안경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알아볼수록 고민만 깊어져서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다.
이러다 평생 못 사겠다 싶어서 적당한 수준에서 일단 질러보기로 했다.
왜 솔로몬 HQ 8x42 ED 였나
빌려 쓴 쌍안경은 니콘의 8x30 ED였다. 자세한 모델명은 모른다.
작고 가벼워서 참 좋았다.
처음엔 같은 모델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이 제품은 이미 가까운 지인이 쓰고 있으니, 다른 경험을 해보는 쪽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구경을 키운 8x42로 방향을 잡았고, 그렇게 눈에 들어온 제품이 솔로몬 HQ 8x42 ED다.
8x42 ED가 무슨 뜻이냐면
- 8 — 배율. 8배로 당겨 본다는 뜻이다. 손으로 들고 볼 때 흔들림을 감당할 수 있는 상한선이 보통 8~10배다.
- 42 — 대물렌즈 구경(mm). 빛을 받아들이는 창의 크기다. 클수록 밝지만 그만큼 무겁고 커진다.
- ED — Extra-low Dispersion, 저분산 유리. 색수차를 잡아준다.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새를 볼 때 윤곽에 생기는 색 번짐이 크게 줄어든다. 탐조는 역광으로 보는 상황이 워낙 많아서 ED는 꼭 챙기라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30만원대에서 8x42 ED를 찾으니 선택지가 크게 넓지는 않았다.
언박싱





첫인상
들자마자 느껴지는 건 무게다.
스펙상 738g. 빌려 썼던 8x30보다 확실히 묵직하다.
구경이 42니까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738g은 본체만의 무게다.
스트랩을 걸고 나면 실제로 목에 걸리는 무게는 그보다 조금 더 나간다.
물론 굉장히 고가의 제품 중에는 구경이 크면서도 가벼운 것들이 있다.
하지만 30만원대에서는 대부분 스펙이 비슷하게 수렴한다.
다 이유가 있는 무게인 것 같다.

| 항목 | 스펙 |
|---|---|
| 배율 | 8배 |
| 대물렌즈 구경 | 42mm |
| 1000m 시야 | 142m (약 8.1도) |
| 렌즈 | ED 저분산 |
| 방수 | 지원 |
| 무게 | 738g (본체 기준) |
| 구입처 | 네이버쇼핑 |
| 구입가 | 349,000원 |
142m@1000m는 8배율 중에서 넓은 편이다.
숲에서 움직이는 새를 따라갈 때 시야가 넓으면 놓치는 일이 확 줄어든다.
실제로 얼마에 산 셈인가
정가는 35만원에서 딱 천원 빠진 349,000원이다.
여기에 네이버 적립이 붙었다.
- 구매확정 적립 — 12,215원
- 리뷰 작성 적립 — 3,000원
합쳐서 15,215원을 돌려받았으니, 실질 구매가는 333,785원인 셈이다.
30만원 초반에 8x42 ED를 들였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쌍안경은 어차피 한번 사면 오래 쓰는 물건이라, 이 정도 가격대에서 시작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좋았던 점
손가락 하나로 맞춰지는 초점

이 제품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다.
검지 하나만 얹어도 쉽고 부드럽게 돌아간다.
힘을 줘야 겨우 움직이는 뻑뻑함도 없고, 스치기만 해도 초점이 풀려버리는 헐거움도 없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새는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지에 앉은 새를 발견하고 쌍안경을 눈에 대는 순간부터 초점을 맞추기까지의 1~2초 사이에 이미 날아가버리는 일이 흔하다.
손가락 하나로 한 번에 맞출 수 있다는 건 그 시간을 줄여준다는 뜻이다.
아이컵


안경을 쓰고 보느냐 벗고 보느냐에 따라 눈과 렌즈 사이의 거리가 달라지는데, 이 아이컵을 돌려서 맞추면 된다.
나는 안경을 쓰기도 하지만 벗고 볼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아이컵이 아주 유용했다.
아이컵을 끝까지 빼고 안경 없이 보는 쪽이 확실히 더 깔끔하다.
눈 주변으로 잡광이 안 들어와서 시야에 집중이 된다.
그렇다고 안경을 쓴 채로 못 볼 것도 아니었다.
아이컵을 내리고 안경 위에 그대로 대면 되는데, 처음엔 어색하다가도 익숙해지니 이것도 괜찮았다.
길 가다 뭔가 스쳐 지나갔을 때 안경을 벗지 않고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나름의 장점이다.
결국 상황에 따라 둘 다 쓰게 된다.
안경 쓰는 사람이라도 이 부분 때문에 망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대물캡 일체형

캡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는 건 야외에서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잃어버릴 일이 없다.

방수 — 아직 확인 못 했다
대물부에 WATER PROOF라고 각인되어 있지만, 솔직히 아직 비를 맞혀본 적이 없다.
탐조는 보통 맑은 날에 하게 되니 비 오는 날 들고 나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야외에서 쓰는 물건이라 방수가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한 건 사실이다.
갑자기 비를 만나거나, 이슬 맺힌 새벽에 나가게 될 때 신경 쓸 일이 하나 줄어드는 셈이니까.
실제로 젖어볼 일이 생기면 그때 이 글을 업데이트하겠다.
아쉬웠던 점
목에 걸고 오래 걸으면 불편하다
의외였던 건, 무게 때문에 힘들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738g이면 8x30보다 확실히 무거운데, 막상 목에 걸고 다녀보니 체감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문제는 무게가 아니라 방식이었다.
이전에 빌려 쓰던 8x30도 목에 건 채로 오래 걷다 보면 어김없이 불편해졌다.
걸을 때마다 가슴 앞에서 흔들리고, 목 뒤로 하중이 한 점에 몰린다.
쌍안경이 무엇이든 스트랩으로 목에 매다는 구조 자체의 한계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 하네스 파우치를 알아보고 있다.
어깨로 하중을 분산시키고 가슴에 고정해주는 방식이라, 오래 걷는 탐조에는 이쪽이 답인 듯하다.
써보고 괜찮으면 따로 글로 남기겠다.
결론적으로 이건 제품의 단점이라기보다 8x42라는 체급을 선택했을 때 따라오는 조건에 가깝다.
가볍게 다니고 싶다면 처음부터 8x30이나 8x32를 고르는 게 맞다.
ED라고 색수차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ED 유리를 썼으니 색수차는 신경 안 써도 되겠거니 했는데, 완전히 없지는 않았다.
특정 조건에서 대상의 윤곽에 미세한 녹색 라인이 보일 때가 있었다.
다만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탐조를 하면서 이게 거슬린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색수차가 얼마나 잡혔는지 작정하고 비판적으로 뜯어볼 때에야 겨우 인지되는 수준이다.
애초에 색수차를 완벽하게 잡으려면 가격대가 완전히 달라진다.
30만원대에서 이 정도면 ED값은 충분히 한다고 본다.
“ED니까 색수차 제로”라는 기대만 내려놓으면 아쉬울 게 없는 부분이다.
니콘 8x30 ED와 비교하면
이 글을 쓰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별 차이가 없었다.
구경 차이에서 오는 것들 말고는 딱히 다르다고 느낀 게 없다.
- 크기와 무게 — 이건 확실히 다르다. 42는 크고 무겁다.
- 시야각 — 차이가 있다.
- 그 외에는… 잘 모르겠다.
솔직하게 쓴다.
내가 광학에 엄청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차이를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밝기가 어떻고 색감이 어떻고를 자신 있게 말할 만큼의 눈이 아직 없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입문자에게는 의미 있는 정보라고 생각한다.
쌍안경을 알아보는 동안 스펙 비교표를 수십 번은 들여다봤다.
어떤 유리를 썼고 코팅이 어떻고 프리즘이 어떻고.
그런데 막상 두 제품을 번갈아 들여다본 초보의 눈에는, 구경에서 오는 물리적인 차이 말고는 대부분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니 며칠씩 고민만 하고 있다면, 그 시간에 하나 사서 밖으로 나가는 편이 낫다.
차이를 알아볼 눈은 그다음에 생기는 것 같다.
총평

10점 만점에 9점.
이 가격대는 어느 브랜드를 골라도 대부분 비슷하다는 게 써보고 난 뒤의 결론이다.
그래서 첫 쌍안경으로 뭘 살지 고민 중이라면 이 제품을 추천한다.
30만원대에서 8x42 ED에 방수까지, 빠지는 것 없이 갖췄고 초점 다이얼은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쌍안경을 또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리뷰어로서 이보다 좋은 칭찬이 있을까 싶다.
앞으로도 쌍안경은 이 제품으로 계속 갈 생각이다.
다음 지출은 아마 스코프가 될 것 같다.
쌍안경으로 새를 찾고, 더 크게 보고 싶어지면 스코프로 넘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인 듯하다.
쌍안경을 업그레이드하는 대신 더 높은 배율로 영역을 넓히는 쪽이 맞다고 본다.
이제 본격적으로 새를 보러 다녀볼 생각이다.
다음엔 실제로 탐조 나가서 찍은 기록으로 돌아오겠다.
참고로, 내가 빌려쓴 쌍안경의 배율은 8x30이었다. 아래 링크로 해당 상품을 확인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