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루믹스 LX-7 2025년에도 쓸만할까

10년 전에 중고로 샀던 루믹스 DMC LX-7 을 꺼내들었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카메라 관련해서 공부도 별로 하질 않아서 잘 사용하지 못하지만, 여러 종류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데, 책장에 놓인 이 카메라를 한번 사용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배터리를 찾아서 충전하게 되었다.

왜 이 오래된 카메라를 꺼냈나

갑자기 왜 이 오래된 카메라를 꺼내게 되었을까? 어쩌면 갑자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일기를 종종 쓰는데, 이때 사진을 추가해서 쓰면 일기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쓸수도 있고, 그때의 기억과 추억을 좀 더 생생하게 기록해 둘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편이다.

나의 오래된 LX-7

그런데, 최근 이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의 품질이 눈에 좀 거슬리는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뭔가 귀찮다는 느낌이 들어서 생각보다 잘 안찍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 역시 사진은 전문적인 카메라로 찍는 것이 감성적으로나 품질적으로나 더 좋은 것 같다. 작년엔 영상촬영에 꽂혔었는데, 올해는 일기나 블로그 글에 꽂혀서 사진쪽이 좀 더 마음이 끌린 부분도 이 카메라를 꺼내게 된 원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해야할 일이 많아졌다. 이제 카메라를 이용하는 부분은 스마트폰에서 덜어내주고 분업을 할 때가 온 듯 하다.
파나소닉 DMC LX-7 의 사용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

LUMIX DMC LX-7 은 어떤 카메라인가

사실 이 카메라는 첫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때 미국여행을 가게 되었을때 부담없이 편하게 찍을 카메라를 구하다가 중고로 구매하게 된 것이다. 그 여행때 아이가 쓴 뒤로 거의 쓰지 않고 책장에 쓸쓸히 진열되어 있었다.

먼지가 좀 쌓였지만 제법 깨끗한 LX-7

LX-7은 2012년에 출시된 제품인데, 다음과 같은 키워드를 가졌다.

  •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 >> 렌즈교환은 안되지만 기능이 많고 고스펙을 가졌다는 말이다.
  • 라이카 렌즈 >> 고급 브랜드의 렌즈를 썼다는 말이다.
  • f1.4 >> 겁내 밝고 보케가 좋다는 말이다.
  • Zoom >> 화각을 적당히 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 1cm 접사 >> 가까운것도 집중해서 찍을 수 있다는 말이다.
  • ND 필터 내장 >> 렌즈에 썬그라스를 씌운 기능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 FHD 동영상 촬영 >> 말 그대로다. 4K 는 아니란 얘기.
기능이 많고 고스펙을 갖춘 하이엔드 카메라 LX-7
LEICA 라이카 렌즈
f1.4 가 주는 밝기와 보케가 기대된다
ND 필터가 내장되어 있다. f1.4 라서 빛의 양을 조절해야 할 일이 많은가?
동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LX-7 의 빨콩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나

이런 저런 기능을 써보려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사진 몇 장을 찍어봤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고급지게 세팅해서 촬영하는 타입은 아니어서 내 맘에 드는 세팅이 무엇인지 찾아두려고 테스트 촬영을 한 사진들이다. 일상의 추억을 기록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화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정도의 감성과 스토리가 중요하다. 어쩌다 얻어 걸리는 사진으로 복권 당첨된 기분이면 나에게 충분하다.(참고로 아래 사진들은 LX-7 에서 제공하는 복고 스타일만 적용한 사진을 jpg 로 export 만 했고 다른 것은 손보질 않았다. 나는 사진 보정까지 하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남위례역쪽으로 지는 태양(복고) – 왠지 사진으로도 눈이 부신 느낌이다
복고(레트로) 효과가 맘에 든다
하늘의 색감(복고)
Zoom 기능의 장점
화각이 넓어서 풍경찍기 좋다(복고)
Zoom 기능이 있으면 이럴 때 좋다(복고)
앉아 있을 때 이정도 거리에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앞발 쓰는 거 너무 귀엽다

장점이 무엇이었나

몇일 사용해보면서 알게된 장점은 다음과 같다.

휴대성

스마트폰보다 작은 크기다. 물론 전체적인 부피를 따지자면 다른 문제이긴하지만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이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는데 부담이 적었다. 전자담배를 포기하고 이것을 들고 다니기로 했다.

아이폰14 프로 보다 작은 크기

촬영의 편의성

이 글에서는 LX-7과 기존에 사진을 찍던 스마트폰을 비교하고 있다. 카메라의 그립은 스마트폰이 주지 못하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스마트폰을 꺼내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서 카메라앱을 실행하고 다시 돌려서 피사체를 향해 찍을 각을 잡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뭔가 설명하기 힘든 UX적인 불편함이 있었는데, 카메라는 그런 스마트폰이 주는 불편함이 많이 해소된다.

아날로그 감성

오른쪽 검지로 물리적인 셔터를 눌러 찍는 맛. 이런 카메라 감성이 사진을 더 자주 찍고 싶게 만든다. 한손으로도 찍을 수 있는 그립의 안정감 덕분에 스마트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적인 영역이 좋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심플함이 극대화된 장비다. LX-7 은 비슷한 부류의 하이앤드 카메라 중에서도 아날로그 조작방식을 많이 제공한다. 단순하게 사용할 수도 있지만, 카메라라서 갖출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이 사진 촬영에 소소한 재미를 준다.

1:1, 4:3, 3:2, 16:9 형태의 이미지 크기를 아날로그방식으로 빠르게 선택할 수 있다

단점은?

당연히 단점도 제법 있다. 스마트폰에 카메라 기능을 넣게된 이유이기도 한 것들이다.

렌즈캡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사진의 품질이나 포커스 속도 같은 기능적인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LX-7은 랜즈캡을 수동으로 탈부착해야 하는 것과 전원을 켜고 랜즈가 돌출될때까지의 과정이 있기에 주머니에서 꺼내고 사진을 찍기까지의 시간은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었다. LX-7 과 비슷한 제품들 중에는 자동으로 랜즈캡이 열고 닫히는 제품들이 있다. 그 중 리코 GR3 가 끌리는 이유다.

끈으로 달려 있는 저 렌즈캡은 너무 불편하다

배터리 충전방식

다른 카메라도 대부분 이렇게 충전하고 있기에 익숙한 나에게는 큰 문제는 안되지만, 스마트폰보다는 손이 가게 되는 부분이라 단점으로 봤다. 만약 아주 자주 사용한다면 충전기를 가지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좀 써보다가 배터리 이슈가 생기면 하나 더 사던지.

별도의 충전기로만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usb-c 타입으로 충전 가능한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

데이터 포맷과 전송

사진을 기준으로 일기를 쓰는데에는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이 월등하게 유리하다. 카메라로 찍으면 매일 데이터를 정리해야 하고, 일기에 사용할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야 한다. 꽤나 불편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불편함이 좋은 점이 있었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것. 하루를 마무리 할 때 컴퓨터에 메모리 카드를 넣고 백업을 받고 사진을 고르고 지우고 정리하며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기도 했다.

1+1, 대체할 수 없는 스마트폰

카메라는 스마프폰을 대체할 수 없다. 아무리 사이즈가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다고 하지만, 장비를 하나 더 가지고 다녀야 한다. 결국 1+1 으로 무게와 부피가 늘어난다. 카메라가 주는 감성을 모른다면 주머니 하나를 더 차지하는 이 부분이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마무리

2025년, 렌즈가 3개씩 붙어 있는 아이폰14 프로를 사용하는 시대에 갑자기 10년도 넘은 LX-7 카메라를 사용하고 싶어졌다. 분명 이론적으로,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스마트폰 대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편의성’이라는 키워드로 카메라를 비교하는 일은 어리석다. 이 감성의 영역은 논리적으로 설득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당분간 카메라를 하나 더 들고 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진은 스마트폰 대신 LX-7 을 사용할 생각이다. LX-7 과 비슷한 더 좋은 카메라를 구매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현재 내 상황에서 LX-7 의 최대 장점은 막(?)써도 되는 편안함이다. 비싼 카메라를 구매해서 모시듯 다루고 싶지는 않다. 전투적으로 편하게 사용하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지 실험해보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면 한번쯤 이런 소형 카메라를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LX-7 을 중고로 살수 있다면 부담없이 좋은 경험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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